교육과정의 개발2

3. 슈왑-워커의 실제적 접근

워커는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실제로 사람들이 수행하는 활동 그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즉,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거치는 단계 혹은 국면마다 실제로 어떠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를 묘사하는데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그는 플랫폼-숙의-설계라는 세 단계로 구성된 '자연주의적 교육과정 개발모형'을 제안하였다.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개인적인 가치나 신념을 가지고 개발업무에 접근하게 된다. 교육과정 개발은 참여자의 다양한 가치와 신념을 상호 소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개발의 시작 시점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의식의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워커는 이를 두고 '플랫폼'이라고 하였다.

워커는 플랫폼은 현상과 당위의 상태에 관한 관념 모두를 담고 있으며, 교육과정 개발자가 자신의 관점을 실현시키기 위한 결정에서 고민할 때 플랫폼의 도움을 받게 된다고 하였다.

집단적 추론과정으로서의 숙의에 대한 관심은 슈왑에 의해 고조되었다. 워커도 교육과정안을 구성하는데 기반이 되는 탐구, 판단, 의사결정, 행위에 이르는 지적 과정에 관심을 두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쟁을 '숙의'로 규정하였다. 숙의는 참여자들이 믿을 만한 해법을 찾을 때까지 복잡하면서도 비규칙적인 상호작용을 전개하는 활동인 것이다.

자연주의 모형의 최종단계는 여러 가지 실천방안들을 결정하는 것(설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교과, 수업방법이나 자료 등을 생성해야 한다. 이때 결정 사항들을 기록하여 교육과정의 기초로 삼는다.

숙의 모형의 장점은 첫째,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목표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켜 기존 모형에서의 '직선적 계열성'을 해소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목표를 진술함에 있어서 '행동목표'의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이 모형은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을 허용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숙의활동에 투입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숙의 모형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는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첫째, 대규모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고안되었으므로, 소규모나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 개발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자칫 비생산적인 논쟁과 협의에 그칠 우려가 있다. 셋째,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작업에만 초점을 두어 설계 이후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안내해 주지 못한다.

4. 아이즈너의 예술적 비평 모형

아이즈너는 경험-분석적 교육 연구방법의 결함을 지적하면서 질적 연구방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사회현실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설명체계로 파악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의미를 구성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 결정자는 실재에 대한 고유한 시각과 견해를 표현하는 예술가와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아이즈너는 교육목적, 목표, 수업목표를 구체성의 정도에 따라 구분하였으며, '표현적 결과'를 제안하였다. 표현적 결과는 행동적 목표를 보완한 것으로 학습 과정과 학습 후에 드러나는 목표이다. 교육활동의 경우 교수활동이 전개된 이후에 종합적이고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되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그는 학습목표는 교육활동 가운데서 설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목표 자체를 결정하거나 그들 간의 우선순위를 설정함에 있어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가치와 신념들은 상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개발자는 예술가의 기술과 재능을 발휘해야 한다. (목표와 우선순위 결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가를 목표 자체가 제시해 주지 않기 때문에 교육과정 구성에 있어서 내용 선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영 교육과정을 고려할 것을 주장하였다. (교육과정의 내용)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습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내용을 변형하는 '교육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학습내용을 학생들에게 적절한 형태로 변형해 주는 일은 교육과정 계획자나 교사의 책무이다. 이 점에서 그가 예술활동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상력, 변형 등과 같은 비유적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학습기회의 유형)

교사나 교육과정 개발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성과와 경험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학습자료와 학습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과제에 흥미를 느끼고 관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미집' 모형으로 조직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목표나 흥미를 갖도록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에 따라 교육 목적과 내용을 설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학습기회의 조직)

삶의 문제들은 복잡하고 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지식과 다양한 학문 영역에 걸친 판단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교육내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직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내용 영역의 조직)

교육과정을 표현하는 의사소통양식을 다양하게 개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방식을 접할 기회를 가져야 하고 표현방식 또한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제시양식과 반응양식)

평가는 교육과정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평가자는 교육과정 개발의 전체 과정을 지각하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즈너는 이를 '교육적 감식' 혹은 '교육 비평'이라고 명명하였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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