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재생산론3

1. 언어실조

번스타인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계급, 지역사회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게 된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기능뿐 아니라 사고체계를 조직하고, 표현하며, 주변 세계를 인지하고 자신과 관계를 맺어 가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개인에게는 세계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언어의 습득은 곧 특정계급의 어법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며 아동은 그 어법을 통해 주변 세계와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번스타인은 영국사회의 계층별 사회통제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어법에 치아가 난다고 보았다. 노동계급의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동을 훈육함에 있어서 '지위적 통제'를 한다. 이 통제에서는 지위에 내재한 규범을 준거로 아동의 행동을 통제한다. 이위적 통제 문화에서는 주로 '제한된 어법'이 사용된다. 가족 구성원간에 상호작용이 빈번하지 않아도 되고 그 결과 말을 정련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국의 중산층 가정에서는 '인성적 통제'를 하고 있다. 인성적 통제는 아동의 동기 의도 성향 등의 개인적이고 내재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아동을 훈육하는 방식이다. 최종적인 선택은 아동의 자발적인 이해와 결정에 달려 있음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역할체제 및 의사소통체제가 개방적이다. 가족구성원이 역할을 규정하기 위한 갈등사태에 자주 직면하게 되어 자연히 서로 언어적 상호작용의 기회가 잦아지게 되고 불분명한 역할규정 때문에 개방된 의사소통을 하며 '정련된 어법'을 사용하게 된다.

번스타인은 영국사회의 노동계급과 중류계급이 갖고 있는 독특한 구어양식을 각각 '대중어'와 '공식어'로 지칭였다. 번스타인은 학교에서 교과서에 쓰여지는 언어나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주로 중류층이 쓰는 정교한 어법임을 밝혀내었다. 학교는 전통적으로 중류계급의 문화를 그 내용으로 하며 교사들은 세련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제한된 어법에 맞추어진 경험들은 학교에서 무시되고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되며, 교육적 노력에 부적합한 것으로 보여질 뿐이다.

학교교육은 중류계층의 구어인 '공식어'의 구어양식이 나타내는 인지적 정의적 활동을 조장한다. 그 결과 노동계급의 아동은 학교가 요구하는 언어모형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교과내용을 따라가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중어로 구어양식이 제한되어 있는 노동계층의 아동이 이러한 학교사태에 접하게 되면, 수업의 언어에서 인지적 의미를 전혀 알 수 없게 되고, 교과에 포함되어 있는 논리적 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 더욱이 노동계급 아동이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교사-학생관계에 긴장과 갈등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문제아동', '반항아동'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번스타인은 중류계급 아동에 비해 노동계급 아동이 언어적으로 결핍되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대중어의 결함을 보충해주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며, 또 한편으로는 노동계층의 하위문화의 인지적 및 정의적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 잠재력의 결여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교육적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2. 교육자율이론

번스타인은 학교체제가 사회경제적 힘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있음을 보다 구조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설명한 사람이다. 그는 교육과정 분석에 이 두 개념을 사용한다. '분류'는 내용 혹은 맥락 사이의 관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계들 간의 경계유지나 단절의 정도를 뜻한다. '구조'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들 사이의 교수적 관계성과 관련된다. 번스타인은 여기에서 교육과정의 유형을 둘로 나누어 '집합형(강분류)', '통합형(약분류)'로 구분하였다.

집합형 교육과정엄격히 구분된 과목 및 전공분야 또는 학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과목이나 전공분야 간, 학과 간의 상호관련이나 교류는 찾아 볼 수 없다. 집합형 교육과정에서는 어느 학과에 속해 잇는지가 분명하며 소속 학과에 대한 강한 충성심이 요구된다. 상하간의 위계질서는 뚜렷하고 엄격하며, 타 분야와의 교류는 제한된다.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여유는 없다.

통합형 교육과정은 과목 및 학과 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서 횡적교류가 많아진다. 인간관계는 횡적관계가 강화되고 중시된다. 교사와 학생들의 재량권이 늘어나고, 교사와 교육행정자의 관계에서도 교사의 권한이 증대된다.

학생의 관점에서 규칙이 명시적이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하는 것에 기초하여 번스타인은 '가시적'과 '비가시적 교수법'으로 구분한다. '가시적 교수법'학습내용상의 위계가 뚜렷하며 전달절차의 규칙이 엄격히 계열화되어 있고 학습내용의 선정준거가 명시적이다.
'비가시적 교수법'놀이가 학습의 주요 내용으로 도입되고 일이 곧 놀이이며 놀이가 곧 일이 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번스타인이 중시하는 것은 교육내용보다도 내용의 조직원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교육과정의 조직원리가 사회질서의 기본원리를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그 원리를 내면화시킨다는 것이다.

사회부문간 분류가 강한 시대에는 교육과 생산 간의 구분이 분명하기 때문에 교육의 자율성이 상당히 보장될 수 있다. 반면에 교육과 생산 간의 경계가 약한 시기교육과 생산의 관계가 밀착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며 이 경우, 교육은 그 자율성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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