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역사교육의 변천2(제3차~제4차)

4. 제3차 교육과정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제4공화국에서 내세웠던 한국적 현실과 국가 정책적 의지가 강조되고 국적있는 교육이 제창된 것이 제3차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과목의 가장 큰 변화는 중고등학교 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사회과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교과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은 국사과의 국사교육과 사회과 안의 세계사교육으로 이원화되었다. 한편 고등학교의 세계사는 선택과목으로 바뀜에 따라 세계사교육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제3차 교육과정에서는 정부의 교과서 정책도 근본적으로 변하였다. 국정을 위주로 하는 교과서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당시 국사교육강화위원회 내부에서조차 학생들의 역사관이 고정화되고 단일한 역사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염려가 있으며, 경쟁이 없어져 우수한 교과서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였으나 결국 국사교과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국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한편, 국난극복의 정신자세를 강조하면서 주로 우리나라의 대외전쟁사를 다루고 있는 「시련과 극복」이 간행, 보급되었다. 하지만 「시련과 극복」은 국가비상사태의 선언이나 10월유신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등 정치권력의 강화와 체제유지 수단의 역할을 하였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공히 '국적있는 교육'에 대한 주체성 확립이 '민족중흥'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국사교육의 목표로 내세워졌다. 이에 따라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민족문화나 민족적 전통의 우수성을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이 중시되었으며, 민족사관의 확립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민족정신과 민족문화에 대한 강조는 한편으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사용되었으며, 민족사에 대한 국수주의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세계사의 경우에도 '세계 속의 한국'을 내세우면서 세계 문화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수용을 강조하였다. 서양의 역사 못지 않게 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 교육과정에서 표방되었다.

학계와 사회로부터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1978년 교과서제도를 개정하였다. 개정된 교과서에는 국정 검정 인정으로 되어 있던 교과서제도를 1종 2종 인정으로 바꾸었다. 한편 독본용 국사교재인 「시련과 극복」이 없어짐에 따라 그 내용이 국사교과서에 흡수되어 교과서 분량이 대폭 늘어났다.

5. 제4차 교육과정

역사교육은 국사과와 사회과 속의 세계사 교육이라는 이원적인 체제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중학교 사회에서는 사회과 통합의 움직임이 강화되어 한 학년에 두 영역의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단원편성이 바뀌었다. 이러한 내용구성의 개정은 2개 이상의 사회과 영역을 서로 연관시켜 학습한다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단원에 따라 내용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었으며, 학년별 단원편제도 뚜렷한 이론적 근거나 교육적 고려없이 이루어져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혼란을 초래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세계사는 필수과목으로 환원되었으나 인문계 4단위, 자연계 2단위라는 적은 시간만이 배정되어 세계사 교육의 약화는 여전하였다.

국사교과서는 제4차 교육과정부터 상 하 2책으로 분책되었는데, 상권은 우리역사의 시작부터 조선전기까지, 하권은 조선후기부터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다. 중학교 국사는 시대사 중심의 통사적 내용으로 구성되었는데, 19세기 이후 현재까지의 민족의 수난사와 투쟁사가 보강되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사회 문화사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게 되었다.

국사교과서의 고대사 서술을 둘러싸고 보다 치열한 학설상의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을 계기로 재야 사학자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국사교과서 서술의 곳곳에서 식민사학의 잔재를 찾아볼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1986년 국사교육심의회가 구성되어 국사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의 준거를 정하고, 문제가 되었던 내용 서술의 통일안을 만들었다.

세계사 교육에서는 아시아사가 유럽사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같은 시대의 경우 아시아사를 유럽사보다 먼저 서술하였으며, 아시아 각국의 근대화 과정과 자생적인 노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표방함에 따라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서아시아사와 남아시아사가 보강되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역사가 일부 포함되었다.

이 시기 역사교육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역사교육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사교과서의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은 이후 개정된 교과서에서 역사교육이 정치적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민족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정치사 외에 사회사나 생활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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