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수업도구로서 내러티브의 구성형식과 원리

1. 역사 내러티브 유형

토폴스키는 역사 내러티브를 그 속에 담겨 있는 시간의 내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연보당대의 사람들이 일어났던 사건을 순서대로 기록한 것이다. 연보 기록자는 연보에 기록할 사건을 선택한다. 따라서 연보에는 당대의 세계관, 인간관, 역사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연보 기록자는 이전 사건에 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지 않으며, 기록하는 사건들의 연속성과 이후의 사건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연대기에는 과거에서 미래까지의 시간적 순서가 포함되어 있으며,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인과관계로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다. 연대기에는 연대기 작가가 살던 시대의 사회적 의식에 내포되어 있던 인간관과 세계관, 연대기 작가 자신의 가치판단과 지식이 반영된다. 엄밀한 의미의 역사에서는 발생한 역사적 사건의 결과에 대한 지식까지 활용된다. 이와 같이 내러티브 서술에도 쓰는 사람의 역사인식이 개재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역사적 내러티브는 시간의 관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2. 역사 수업에서 내러티브 기능 (수업소재, 전달수단, 수업내용, 역사인식)

역사 수업에서 다루는 내러티브의 소재수업내용에 나오는 사실이나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시대나 현재의 어떤 사건 또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는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과 관련 있는 모든 이야기를 내러티브의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목적에 따라 이야기를 선택한다. 학생들의 흥미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것과 학생들로 하여금 지적 만족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 이 두 가지는 역사수업에서 이야기를 활용할 때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교사는 둘 가운데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면서 수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교사가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쪽의 기준을 명확히 가지고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결과적으로 두 가지의 기준이 잘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교사는 흔히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러티브라는 형식을 사용한다. 여기에서 내러티브는 교사가 알고있는 이야기나 사건을 수업 내용으로 변형시키는 도구 기능을 한다. 즉, 교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내러티브를 통해 교수내용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전달 수단으로서 내러티브는 보통 담론의 형태를 띤다. 그러므로 전달 수단으로서 내러티브는 언어의 특성을 반영한다. 언어는 하나의 텍스트를 또 다른 텍스트로 변형시키는 구실을 하며, 이것이 전달 수단으로서 내러티브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통합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이나 줄거리의 흐름은 교사가 이야기를 어떻게 변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교사는 내러티브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 방향을 정하고, 목적과 초점을 명확히 한다. 내러티브라는 형태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교사에 의해 선택되거나 배제되고, 변형되며,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학생들은 변형 과정에 포함된 내러티브의 형식에 따라 이야기를 기억하거나 재미를 느끼고 해석하게 된다.

수업내용으로서 내러티브는 이야기나 사건, 즉 교사가 가지고 있는 수업소재에 대한 내용지식일 변형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수업내용으로서 내러티브는 가르치는 데 직접 활용되는 내용지식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로스먼 등은 교사가 가르치는 데 직접 활용하는 내용지식의 네 가지 영역을 제시한 뒤, 이를 다시 가르치기 위한 교과 내용지식과 교과 내용에 대한 믿음이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르치기 위한 교과 내용지식에는 내용지식, 존재적 지식, 구문론적 지식이 포함된다. 두 번째 영역은 교과 내용에 대한 믿음이다. 학생들이 중요하게 알아야 한다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데 무엇이 적합하거나 부적합한지에 대한 생각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로스만 등은, 교과 내용에 대한 믿음은 교사의 수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생 학교 학습 교수의 본질에 대한 믿음과 결부되어 있으며, 교과 내용에 대한 교사의 선행지식이나 관점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네 가지 구성 요소 가운데 역사 수업 내용으로서 내러티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가르치기 위한 교과 내용지식 중 내용지식과 교과 내용에 대한 믿음이다. 많은 교사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일수록 자세히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을 잘 알수록 교사의 설명은 길어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치거나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도 수업의 소재로 중시된다. 이러한 수업 내용에는 내러티브에 대한 교사 자신의 해석이 들어가며, 당시의 시대상황을 보는 교사 자신의 관점이나 역사관이 내포된다. 아울러 수업관 내지 학생관도 포함되게 마련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내러티브가 가장 기본적인 역사인식의 도구이며, 역사 서술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내러티브는 사건이나 현상을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내적 관계를 묶어서 단일한 하나의 틀로 만든 것이 곧 내러티브다. 우리는 내러티브를 통해 무수히 많은 내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일련의 역사적 사실을 하나의 이야기로 인식하는데, 이것이 역사인식의 기본적 성격이다.
내러티브의 내용 자체가 역사인식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많은 경우 교사는 내러티브에 들어있는 이야기나 사건에 대해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지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지식을 공유하는 사회의 이루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러티브의 내용에 관한 지식이 역사인식에 유용한 기능을 한다는 주장에 비판도 강하다. 첫째, 어떤 이야기가 가르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인지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이야기를 듣고, 읽는 것보다 우선해야 할 교육목표가 있을 수 있다. 셋째, 우리는 이미 나면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듣거나 배워오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기억하거나 그 이상의 이야기를 더 들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영 교육과정 & 잠재적 교육과정

교수학습이론4(가네의 목표별 수업이론)

학급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