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적 역사이해

1. 구조적 상상

자료에 직접 나타나 있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관계를 상상으로 이해하여 역사적 사건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구조적 상상이다. 비코는 역사에서 여러 요소들간의 관계를 통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상상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구조적 상상의 중요한 기능은 증거가 완전하지 못할 때, 즉 증거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완전하게 나타내주지 못할 때 그 증거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기능이다. 이와 같이 증거에 빠져 있는 부분을 메우는 기능을 보간 또는 삽입이라고 한다. 역사적 사실의 전개 과정에서 자료에 앞뒤 사실은 나와 있지만 중간 과정이 빠져 있을 때, 역사가들은 앞뒤의 사실과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여 자료에 나타나 있지 않은 사실이 무엇인지 추론한다. 그리고 자료에 빠져 있는 부분을 메워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완성한다. 이처럼 자료에 빠져 있는 중간 과정을 추론하는 것을 보간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역사적 사실의 전개 과정에서 앞이나 뒷부분이 빠져 있을 때, 이를 추론하여 역사적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을 삽입이라고 한다. 보간과 삽입은 자료에 빠져 있는 부분을 역사적 상상으로 추론하여 메워 넣는다는 점에서 같은 성격의 사고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보간은 역사적 사실에 연속성을 부여하며, 해석을 하고 증거에 내포된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명시적 증거와 증거에 명확히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있어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사고 과정이 보간 또는 삽입이다. 따라서 보간이나 삽입은 증거의 여러 부분을 모순되게 해석하거나 증거와 어긋나서는 안된다.

동일한 자료를 종전과 달리 해석하거나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상상적 역사 이해의 중요한 형태다. 우리는 역사 연구에서 '학설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료가 발견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존 자료를 그전과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이 구조적 상상의 또 다른 기능이다.(대안적 해석)

2. 감정이입적 이해

역사적 상상과 감정이입이 동일한 것은 아니며, 감정이입을 했다고 해서 역사적 상상력의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역사적 행위를 이해하려면 행위자의 사상이나 감정, 동기의 이해와 함께 행위가 일어난 상황에 대한 맥락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적 행위의 이해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역사 이해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서 감정이입적 역사 이해는 정의적 성격보다는 인지적 능력이 강조된다. 리(P.J. Lee)는 감정이입을 힘, 성취, 절차, 성향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하면서, 각각의 견해가 역사적 감정이입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논의하였다. '힘으로서의 감정이입'은 증거와는 관련이 없거나 증거에서 추론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한 힘으로 역사적 행위를 이해하는 것이다. '성취로서의 감정이입'은 행위자가 믿고 가치롭다고 여기며 느끼고 얻으려고 했던 것을 아는 것으로, 행위자의 생각에 반드시 공감하거나 행위자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필요는 없다. '절차로서의 감정이입'에서는 감정이입을 행위자나 사회집단이 믿었던 것이나 그 가치를 아는 절차, 즉 다른 방법과 구별되는 특별한 발견 수단으로 취급한다. '성향으로서의 감정이입'은 감정이입을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는 성향이나 경향으로 여긴다. 역사적 이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성취로서의 감정이입'과 '성향으로서의 감정이입'이다. 역사에서 성취로서의 감정이입은 증거에 토대를 둔 상상적 재구성으로, 역사적 행위자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믿음, 목적, 가치를 파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역사적 감정입의 인지적 성격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감정이입적 이해와 공감을 다른 것으로 본다. 스토클리는 역사에서 감정입을 공감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행위를 감정이입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공감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며, 공감은 오히려 감정이입적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는 공감을 감정이입적 이해의 중심으로 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역사가는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을 공유할 수 없으며, 역사적 행위자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종종 잘못 인식한다. 둘째, 역사에서는 정서도 인지적 기초를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공감과 마찬가지로 동일시도 역사적 감정이입과 구별하며, 동일시를 역사적 감정이입에 필요한 요건으로도 보지 않는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역사에서 감정이입적 이해는 기본적으로 인지 능력에 속한다. 그러나 감정이입적 역사 이해가 전적으로 인지적 성격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동일한 역사적 행위를 달리 이해하기도 한다. 특히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사실의 경우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역사의 감정이입적 이해는 기본적으로 자료와 맥락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지적 성격의 사고활동이지만, 개인의 정서가 개입되는 정의적 성격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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