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역사서술과 역사이해

역사서술과 역사이해

역사교육에서 어떠한 역사 서술을 통하여 학생의 역사 이해를 촉진할 수 있는가는 당연한 관심사다. 역사 교과서 서술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역사 교과서는 보통 시간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이야기체의 내러티브로, 때로는 분석적 설명으로 서술된다.

내러티브는 20세기 중엽부터 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비과학적이고 역사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난받아왔다. 그러나 과학적 역사에 대한 믿음도 곧 도전에 직면하였다. 특히 비판의 표적이 되었던 것은 물질주의적 결정론이었다. 내러티브의 부활은 이른바 사회사의 퇴조와 문화사의 등장이라는 사학사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내러티브가 부활했다고 해서 내러티브의 성격과 기능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러티브에 관한 가장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비판은 내러티브가 과학적이지 못하며 설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러티브는 마치 하나의 서건 뒤에 다른 사건이 인과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진술하며 이러한 전개 방식의 독특함때문에 인과관계와 전후관계의 혼동을 초래한다는 지적되 있다. 이에 대해 내러티브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내러티브도 설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내러티브는 상황에 대한 묘사를 통해 사건 간의 인과적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혹은 인과적 연결이 부족하더라도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항목들을 필연적인 조건으로 연결하여 사건의 계속성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내러티브를 둘러싼 좀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역사 서술에서 무엇을 중시하는가 하는 것이다. 내러티브는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 사건을 이끌어가는 행위 주체인 인간에 초점을 둔 서술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학계와 마찬가지로 역사교육 분야에서도 내러티브는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의 핵심은 내러티브가 과연 학생의 역사 이해를 촉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러티브가 역사 학습에 활용될 수 있는 배경과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내러티브는 역사가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친숙한 역사 서술의 형태다. 둘째, 내러티브는 역사의 고유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시대, 장소, 사건들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내러티브는 구체적인 인간 행위와 그 의도, 결과를 다룸으로써 인간의 경험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킨다. 넷째, 아동들은 내러티브의 시간적인 전후관계를 통해 역사 사선의 인과관계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내러티브를 역사학습에 활용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학생들은 내러티브의 구성 과정에서 저자가 개입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지만 저자가 내린 해석의 정확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또한 내러티브가 이데올로기적이며 권위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 점에 대해 화이트는 내러티브라는 형태는 특정 문화나 집단의 중요도에 따라 사건을 서열화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과거 권위 주체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공상적 꾸밈' 현상이다. 학생들이 내러티브를 활용하여 유용한 자료를 모으고 관련성을 파악함으로써 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개념과 공상을 역사 사실과 뒤섞어버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사실 내러티브를 둘러싼 논란은 서술 형식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사고양식과도 관련된다. 사고양식으로서의 내러티브는 역사적 사고, 특히 학생의 인지 발달 단계에 관한 피아제 이론과 관련된다. 그중 내러티브 사고양식은 피아제의 보편적 지식 재구성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영역 고유의 지식 재구성에 관한 이론적 바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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